오바마 목소리로 듣는 '각본 없는 대자연의 드라마' [별 볼일 있는 OTT]

입력 2022-10-12 17:54   수정 2023-04-27 12:00

초원의 호숫가에서 목을 축이려 과나코가 고개를 숙이는 찰나. 마침내 몸을 바싹 낮추고 있던 퓨마가 돌진한다. 퓨마는 낙타과 동물 과나코의 천적이다.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퓨마는 자기보다 세 배나 큰 과나코의 목덜미를 무는 데 성공한다. 퓨마는 과나코를 쓰러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과나코는 사력을 다해 목을 흔들어 댄다. 과나코는 가까스로 퓨마를 떨쳐내고 저 멀리 도망친다. 퓨마의 사냥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액션 영화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넷플릭스의 5부작 다큐멘터리 ‘지구상의 위대한 국립공원’은 동물 다큐멘터리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준다. 퓨마뿐만 아니다. 아빠 고릴라에게 잘 보이기 위해 대나무를 능숙하게 타려다가 풀썩 떨어지는 세 살짜리 마운틴고릴라, 기나긴 가뭄과 밀렵의 위험 속에서도 50년을 살아남은 희귀 코끼리 ‘슈퍼 터스커’는 그 어떤 인간사에 견줘도 부족함이 없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위대한 국립공원 다큐멘터리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에미상’을 안겨줬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에미상 시상식에서 ‘우수 내레이터 상’을 받았다. 최초의 TV 기자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1956년 특별상을 받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 이어 에미상을 받은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다.

에미상 수상에 빛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문 성우에 버금가는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대자연의 보고’ 국립공원을 조명한다. 유년 시절을 하와이에서 보낸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오바마가 태중에 있을 때부터 하나우마 베이의 파도소리를 태교음악 삼아 들었다.

다큐멘터리는 국립공원을 인간과 동물의 이분법적 공간으로 그리지 않는다. 관찰자와 관찰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 묘사한다. 르완다 화산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그곳의 농부들은 희귀종 황금원숭이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국립공원을 빠져나올 때 애써 키운 감자를 내어준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황금원숭이는 그 지역을 야생동물 관광명소로 만들어주는 것으로 보답한다.

외부와 단절된 국립공원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하마가 바다에 몸을 맡기며 마치 ‘서퍼’처럼 파도를 타는 모습은 아프리카 가봉의 로안고 국립공원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대형 TV 화면을 통해서 감상하면 대자연의 경이로움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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